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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CBA 방학 특별편 3 | 경영대 최동범 교수님

휴시바 방학특별편 3
최동범 교수님
Q1.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경영대에서 재무 전공으로 재직하고 있는 최동범이라고 합니다. 2019년 봄학기부터 재직을 했고요. 학부 과목은 주로 다들 알다시피 1학년 1학기 경제학 과목을 가르쳤는데 향후 다른 재무 관리나 금융기관경영론 같은 과목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Q2. 교수가 되신 이유가 궁금해요. 어떻게 이 직업을 가지게 되셨나요?
A2. 좀 부끄러운데 (웃음) 이게 연구가 적성에 맞아서도 있는데 그것보다 큰 요인 중에 하나는 그 당시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를 하고 유학을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었죠. 그래서 약간 용감하게 뛰어든 것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따지고 제 생각을 주장하는 걸 좋아했어서 그런 게 맞지 않았나 하는 게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그냥 제가 암기를 잘 못해서 암기 과목 대신에 수학, 통계학 과목에서 학점 따기가 편했거든요. 그래서 그쪽으로 활로를 개척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유학에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학부 들어왔을 때는 외교관이 되려는 생각으로 입학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외교관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고 연구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학부생들이 그러듯이, 진로 결정할 때 큰 고민을 하고 거창한 결심을 하는 게 아니라 흐름에 맡기다 보니까 된 측면이 있거든요. 운이 좋게도 사후적으로 저의 적성이랑 하는 일이랑 맞았던 거죠. 
Q3. 교수라는 직업은 연구도 해야하고 가르치는 일도 해야하는데, 그렇다면 교수님은 연구하시는 일이 조금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A3. 둘 다 사실 싫어하지 않는데 가르치는 거는 이제 학생들이 열심히 하면 더 에너지가 나고 열심히 안 들으면 나도 대충 할까 싶어요. 상호작용이 중요한 거죠.
 그런데 연구하는 건 바운더리가 없잖아요. 가르치는 건 주어진 내용을 가르치면 되는 것이고, 연구는 좀 더 정리되지 않은 거니까요. 연구는 그런 점에서 자유가 있지만 그래서 좀 더 힘든 면도 있어요. 왜냐하면 뭘 해야 될지 모르고 내용도 또 너무 많으니까 그렇죠. 그래서 아무래도 수업보다는 연구 쪽에 에너지가 좀 더 많이 쓰이죠.
Q4. 19년도부터 경영대에서 근무하셨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4. 재작년인가 만우절 행사 때 학생들이 교복 입고 와가지고 뒷뜰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때 대낮에 제가 지나가는데 어떤 학생이 종이컵에다 소주를 가득 따라서 저에게 줬던 기억이 나요.
그 다음에 인상 깊었던 거는, 작년에 신입생들이 입학할 때 새내기 배움터를 따라갔었거든요. 그게 되게 오랜만에 하는 대면 새내기 배움터였어요. 새내기 배움터 같은 행사 준비도 노하우가 매년 선배부터 후배로 이렇게 전달되는 거거든요, 근데 이제 그런 게 코로나 때문에 완전 끊겼었으니까 여러 활동들이 잘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어요. 그런데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못 받았을 텐데 처음부터 기획해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얘네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애들이구나, 생각보다 애들이 되게 똑똑하네. 근데 출튀를 해서 가슴 아프죠. (웃음) 이건 농담입니다.
Q5. 경영학과 교수님으로서 생각하시기에 경영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또 우리 경영대생들은 이런 경영학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5. 학부생은 사회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니까 경영학을 이해하는 데 조금 한계가 있어요. 근데 사실 경영대에서 배우는 것들이 회사를 꾸리고 사업을 할 때에만 연관되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는 삶을 경영하는 거잖아요. 경영학에서 다루는 것들이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주제들이에요. 
가끔 ‘경영학이 잡탕이다’ 이런 얘기도 듣는데, 아마 여러 분야의 방법론들을 받아들여서 문제에 적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근데 우리가 인생의 문제든, 기업의 문제든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한 가지 접근법만 있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물론 경영학에서 여러 가지 접근법을 다 도입하는 게 학부생들이 보기엔 다소 혼란스럽고, 게다가 각각의 접근법 자체에 대해 배우기 전에 응용 사례부터 배우다 보니 더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아까 말한 것처럼, 이런 것들이 회사 경영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연관이 되는 문제들이에요.
예를 들어서 마케팅이라는 주제도, 회사 상품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마케팅과 자기 PR의 연속이죠. 그리고 인사 관리라는 주제도 회사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 양육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인사 관리잖아요. 경영학은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학문이에요. 물론 정답이라는 건 없어요. 어디까지나 하나의 접근법이니까. 하지만 지금 배우는 것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어 본인들이 인생에서 맞닥뜨릴 여러 문제들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데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요.
당장 이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고, '내가 그 필드에서 뛸 게 아니면 뭔 상관이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이걸 조금 더 넓게, 결국에는 '인간 세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히는 거다, 단지 그 사례로 회사의 케이스를 접할 뿐이다' 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도 경영하는 거고, 해법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난이도가 많이 바뀌거든요. 그러니 그것을 잊지 말고, 언젠가 살면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길 희망합니다.
Q6. 교수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학부 때까지 어떤 진로 고민을 겪으셨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6. 진로를 정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주위에 휩쓸려서 결정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친구들이 많이 하는 거, 선배들이 많이 하는 거, 주위에서 권해주는 거.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더 중요한 거는 나의 적성이랑 맞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주위에 휩쓸려서 들어갔는데도 운이 좋게 적성이 맞았던 케이스인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가치관,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 즉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치관과 진로가 안 맞으면 아무리 주위에서 좋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보람이나 재미도 잘 느끼지 못하는 수가 있어요. 그래서 우선 내가 원하는 인간상, '한 2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것들을 조금 고민해보고, 그거에 맞춰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제일 중요한 거는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인데, 우리는 10대 때부터 정신없이 입시를 치르느라 스스로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이 없단 말이예요. 그냥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되는 거지. 그래서 특히 저학년 때는 이것저것 부딪히고 느끼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고학년 때는 본인을 몰아넣고 자기가 진출한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 성취하는 게 30대 초반까지는 중요할 거 같아요. 학생들은 그래도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나중에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서 후회하는 게 낫습니다. 특히 젊었을 때, 에너지가 있을 때, 더 넓은 세상에서 자기를 노출시키고 자기를 갈고 닦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차피 나중엔 체력도 떨어지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거든요. 인생은 짧으니까, 젊었을 때 후회 없이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7. 경영대 특성상 다양한 진로가 있는데, 학생 입장에서 이 진로들이 어떤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로 선택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7. 아까 말했던 것처럼 주위에서 하는 걸 같이 하는 경향이 크거든요. 반마다도, 학번마다도 그 분위기가 있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4개 반 중 랜덤하게 하나에 꽂힌 건데 내가 어느 반에 속했는지에 따라 진로가 바뀐다는 게 조금 이상하잖아요. 이게 사실 'peer effect'거든요. 우리가 정보가 없으니까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확실하게 하면 소거법으로 사라지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진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면 공기업을 가는 건 잘못된 선택인 거죠. 또, 나는 가족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고 워라밸도 즐기면서 살고 싶다 하면 PE로 간다, 컨설팅을 한다 이것도 안 맞는 거거든요. 그 외에도 나는 좀 더 사회적으로 이렇게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상방도 크지 않고 하방도 크지 않고 나의 삶이 그려지는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다 등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자기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진로가 조금은 좁혀지거든요. 1, 2학년 때 내가 원하는 거에 대해서 감을 잡으면 조금 더 진로가 좁혀지고, 그 안에서 집중하면 내가 어떤 것들이 가장 맞는지 알 수가 있는 거죠.
근데 이런 것 없이 처음부터 주변에 휘둘리면 아까 말한 것처럼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상황이 되죠. 근데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그리고 워낙 서울대 학생들 다 똑똑한 학생이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해서 골로 가지는 않거든요. 리스크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을 10년 하다 보면 후회하는 경우들이 꽤 있습니다. 이건 진짜 안 맞는 거 같은데, 하면서요. 결국 본인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8. 서울대 선배로서 서울대, 특히 경영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A8. 학생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등수에 따라 모든 것들이 결정되는 고등학교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진 학생들이 진로도 그렇고, 인생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는 다른 것인데, 등수를 나누고 성패를 나누는 것은 좀 이상한 거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상대 평가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20대 초반에 그 경향을 잘 벗어나지 못해 많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다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학생들인데, 우리가 등수 나누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학점이 좀 안 나왔다거나 아니면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너무 크게 상심을 하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거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또 나의 장점들도 보이게 되거든요.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것, 또 동시에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일할 게 아니라면 특정 분야에서 조금 잘하냐 못하냐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자신을 더 알아가려고 하고 좀 더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점을 보고 단점을 잊어봅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단점을 극복해야 발전이 되는 거니까, 자신의 단점을 개선 대상으로 하는 그 경향들이 아직 강한데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그건 모든 서울대 학생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게 몇십 년 지나고 나면 큰 차이가 아니거든요. 왜 옛날에는 그런 거에 난 그렇게까지 신경을 썼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다들 원하는 걸 잘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Q9. 나는 경영대의 OOO이다
A9. "나는 경영대의 신입생 전수조사기다."
제가 신입생들을 매해 전수로 보고 있거든요. 저도 이런 게 되게 좋아요. 
그래서, '나는 경영대의 ‘신입생 통과 의례, 신입생 전수조사기'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