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영학과 21학번 길벗반 다니고 있는 임준혁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서 아침도 거르고 뛰어왔어요.
21학번이다보니 코로나 동안 잠식된 1학년 생활을 보내고 군대 갔다 와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건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2.
경영학과에 입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 수능 준비하고 수험 준비할 때만 해도 경영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원서 쓸 때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경영대를 추천하고, 또 지원하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영학과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사회 트렌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런 트렌드에서 굳이 벗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경영대에 지원을 했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으면 따라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온 건데, 사실 아직까지는 다양하게 경영학의 흥미나 재미를 많이 느끼지는 못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그냥 주어진 과제 하고, 전공 필수 과목들 듣고 있어서 ‘경영학이란 뭘까’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럼에도 경영대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낀 것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입학하기 전에도 그런 이점에 대해 많이 들었고, 사람들과 많이 소통할 수 있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원래 문학, 언어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 입시 준비할 때도 원래는 그런 계열에 맞춰서 준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경영학과에 오게 되었네요.
3.
국문과 부전공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고등학생 때 관심이 이어져서 하시게 된 건가요?
사실 그런 부분이 있죠. 그래서 몇 년 동안 국문학 관련해서 수업도 안 듣고 책도 많이 못 읽었는데, 군대에 가서 보니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학하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죠. 그래서 지금은 인문대에서도 수업을 두 개 정도 흥미롭게 듣고 있습니다.
4.
어떤 점에서 수업이 흥미롭다고 느끼셨나요? 기대한 수업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사실은 수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잘 몰랐다 보니 기대한 거랑 같다 다르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영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들과는 좀 다른 느낌의 수업들이 열리다 보니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솔직히 학교를 계속 다니다 보면 지루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부전공 수업을 듣다 보니까 그 순간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이 많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배우는 내용도 다르고, 수업 방식이나 교수님들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학교 다니는 맛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자하연 옆에 있으니까 꽃도 피고 풍경이 예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5. 경영학과 수업들과 국문과 수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전필 과목들로 비교를 해보면 경영학과는 대형강의가 많고, 국문과는 소수강의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경영학과에서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의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국문과에서는 소통을 중시하는 수업들이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두 방식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을 외우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중요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두 가지 방식의 수업들을 같이 듣다 보니까 균형 잡히게 들을 수 있고 나름대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6.
인문대에서 들었던 수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도 이제 한 학기 국문과 부전공을 하고 있다 보니 추천해드릴 만한 강의를 말씀드리기는 좀 조심스럽네요. 사실 저는 1학년 때부터 계속 강독 수업을 들었어요. 1학년 때는 라틴어를 배워서 라틴어 독해를 했었고 지금은 일본어 강독을 하고 있어요. 이런 강독 수업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는 앞으로 아마도 평생 하지 않을 것들을 대학 와서 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텍스트를 많이 읽으면 그 자체로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텍스트에만 한정되지 않고 외국 사람들은 이 시대 저 시대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다양한 레퍼런스를 얘기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세네카의 말이라거나, 사마천의 구절을 말할 수 있다는 부분이 좀 좋은 거 같아요.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사실 이번 학기 목표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유튜브 쇼츠 보지 말고 책 읽자’였어요. 3월 중에는 많이 읽었는데, 4월 들어서는 과제에 치이다 보니 좀 소홀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편이예요.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수첩을 옆에 두면서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 수첩을 항상 들고 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든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나 아니면 읽어볼 만한 분야가 있다고 생각되면 수첩에 적고, 책을 읽으면서도 정리하려는 의도로 수첩을 쓰기도 해요.
7.
가장 인상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었나요?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휴먼카인드>라는 책이 기억에 남네요. 꽤 오래 전에 읽어서 모든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 책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유명한 실험들을 작가가 반박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반박이 ‘너희들이 잘못됐어’라는 식의 일차적인 반박이 아니라, ‘이 팩트를 너희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논지를 전개해요. 그러면서 통계자료나 다른 사례들을 여러 측면에서 폭넓게 보여줘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무언가 기술을 배웠다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인드를 좀 배운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작가님께서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 나쁘다에 대해 건드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또 다른 시점, 다른 관점도 공유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 책을 읽고 나서는 뭐 뉴스라든지 그런 것들을 볼 때, ‘아 이렇게 찾아보면 다른 부분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점들을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 책이 인상깊었던 다른 이유가 <빈 서판>이라는 책 때문이에요. 당장 그 책에 나왔던 여러 예시들을 <휴먼카인드>에서 비판을 해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빈 서판>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당연히 멋진 사람이 쓴 책이니까 모든 게 다 팩트고 맞는 말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년 뒤에 이 내용이 반박되는 것을 보니까, 열린 시각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요즘은 잘 안 하는데, 군대에서 한창 ‘책 많이 읽자’ 노력했을 때, 책을 읽으면 그 분야에 대해서 DBpia를 찾아 봤었어요. 이런 식으로 짧은 논문들을 한 2, 3개 정도 읽어보면 도움이 확실히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책은 논문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고 검증이 더 된 거고 논문은 하나의 주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방금 <휴먼카인드> 얘기하면서 말씀을 드린 것처럼 ‘이런 주장도 있고 이 사람이 이걸 이렇게 해석했구나’ 정도를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면 자기가 받아들이는 내용의 깊이가 훨씬 더 깊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8.
책을 통해 가치관의 변화를 겪으신 적도 있었나요? 평소에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원래 저는 ‘의미 있는 것들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경쟁 사회다 보니, 매 순간과 자원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꾸며 나가야 미래에 자신이 더 행복하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갖고 수능 공부를 하기도 했고 학교 생활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것도 사실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는 저만의 철학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여기에도 말씀드리고 싶은 측면들이 몇 가지 있어요. 일단은 지금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나중에는 의미 있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예요. 예를 들어, 요즘도 아예 안 그러는 건 아니지만 1학년 때 술 되게 많이 마시고 복학해서도 그러고 많이 놀았거든요. 사실 술 마시면서 노는 건 당장 보기에는 별로 의미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그런 일들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가치를 내가 거기서 끄집어낼 수 있는 거죠.
9.
현재는 어떤 목표를 갖고 살아 가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일단은 ‘학교를 100% 즐기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 제가 입학했을 때는 코로나 때라서 잘 느끼지 못한 걸 수도 있겠지만, 복학하고 오니까 학교가 되게 다채롭더라고요.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많고, 학생이 주도할 수 있는 연계 전공이나 연합 전공도 있고. 굳이 학교 전체로 가지 않아도 경영대 내에서도 학생회에서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이런 인터뷰도 하나의 예시이기도 하죠. (웃음)
그런데 한 가지 목표만 정해서 그 외길만 달리면 우리 주변에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1차적인 목표는 학교에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로 두고 있습니다.
10.
경영학과에 다니시면서 진로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으셨나요?
일단 저는 군대에서 외교관 시험을 잠깐 준비를 했었어요. 사실 시험 공부하는 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다 잘 알고 계시잖아요. 책 열심히 보고, 많이 외우고. 그러고 있었는데, 이제 복학하고 학교에 나와보니까 학교 생활이 너무 다채로운 거예요. 그래서 학교 다니면서 외교관 시험만 준비하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아니면 이것들을 다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데, 지금은 이런 것들을 누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험공부는 조금 나중으로 미뤄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100% 누려보자는 목표를 갖고 살고 있습니다.
사실 학생이라는 신분은 상당한 특권을 가진 것 같아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것들도 찾아보면 되게 많더라고요. 평소에 친구들 말 들어보면 ‘학교에서 해주는 거 아무것도 없다’ 이런 말 많이 하는데, 사실 잘 찾아보면 도움이 될만한 행사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학교에서 주는 메일을 매일 확인해요. 학교에서 해주는 메일을 1학년 때는 거의 확인 안 했거든요. 군대에 다녀오니까 안 읽은 알림이 한 1만개 정도 쌓여 있는 거예요. 쭉 내려보면서 확인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눈에 띄는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어요. 지하철에서도 보고, 수업 듣다가 쉬는 시간에 보기도 하고.
그리고 두 번째로 실수를 해도 용납이 되는 신분이잖아요. 사회인이 되면 아무래도 그런 게 좀 많이 줄어들게 되는데, 대학생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11.
직접 경험해보신 진로 관련 학교 프로그램들 중에서 기억에 남거나 추천해 주실 만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공설계지원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 점심시간마다 연사님들 한 분씩 초청해서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서 설명하고, 연사님들께서 학교 다닐 때 느꼈던 고민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게 있어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인데 그런 분이 학창시절에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들으면 얻어가는 것들도 굉장히 많아요. 또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진로 관련 고민들이 어찌 보면 되게 당연한 고민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오히려 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밥을 잘 챙겨줬어요. (웃음) 점심시간에 항상 열려서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햄버거를 줄 때도 있어서, 마음 맞는 친구랑 같이 가서 1시간 동안 재밌게 편하게 듣고, 질문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추천합니다.
특히 메일을 자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이런 저런 프로그램 설명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이번학기에 밀고 있는 작은 컨셉이 있는데, ‘임준혁의 뉴스레터를 만들겠다’ 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동기들이나 친구들한테 보내요. 제가 시간이 안 되는 경우도 많지만, 갈 사람은 가면 도움이 되니까요. 친구들은 ‘오 이런 것도 있었어?’라면서 놀라더라고요.
12.
MATCH 프로그램으로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셨었다고 들었는데, 인턴으로 일할 때와 대학생으로서 일할 때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었나요?
학교 수업은 빠져도 되지만 인턴은 빠질 수 없다는 점.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저는 마케팅 인턴을 했었어요. 마케팅 인턴이라는 일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대학에서는 과제가 주어지면 그 과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형식을 맞춰서 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마케팅 인턴 일에서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생각하고, 가이드라인조차도 없어서 제가 직접 하나씩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이런 점도 큰 차이점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사실 되게 막막하기도 했어요. 가이드라인을 아무것도 모르는 생판 인턴이 가서 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전공 수업에서 배운 짤막한 지식들이 되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경영대 동기들이 하는 얘기 들어보면, 수업에서 배우는 것과 실무에서 쓰는 게 많이 다르다고들 해요. 저도 이 부분에 한 90%는 공감하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10% 정도 공감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거기에 있어요. 맨땅에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거나,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해야 할 때 그 짤막한 지식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물론 그 지식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포인트들은 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했던 일은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는 일이었어요. 그러면 사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홍보하는 글을 적거나 개인적으로 컨택을 하면서는 뭘 원할까를 자꾸 떠올리면서 일을 했어요. 그럴 때마다 ‘페인 포인트’라는 개념을 생각한다거나, 마케팅 이론들을 떠올려서 소비자들이 뭘 원할지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하려고 했어요. 짤막한 예시들이긴 하지만 확실히 전공에서 배우는 것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3.
군 복무, 인턴 근무 경험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인간 관계 쪽으로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인간관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학과 동기들을 만나는 게 이렇게 쉬운지 몰랐어요.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한번씩 마주치고 인사하게 되는데 그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삭막한 이 학교 생활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더라고요.
이런 우연한 만남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학교생활은 같은 게 계속 반복되는 거잖아요. 관악산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맨날 똑같은데 그 과정에서 간만에 과 선배나 동기를 마주치게 되거나 고등학교 친구를 마주칠 때 뭔가 ‘오늘 하루는 좀 다르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군대 가기 전에는 오히려 시간이 많았어요. 근데 군대 가서는 복학했을 때 학교 생활을 100%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오히려 복학하고 나니 시간과 여유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할 때 보다 더 신중해지게 됐어요. 옛날보다는 조금 신중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 같아요. 이게 ‘이 사람은 만나고 저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 이런 식의 신중함이 아니라, 제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군대 갔다 오면 사실 인간관계가 많이 정리된다는 얘기도 들었고, 저도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만큼 하나 하나가 더 소중해지고 무게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만나는 게 앞으로 인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상대방과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에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소 멍 때리거나 그러지 않고 얘기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웃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까 이런 관계들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14.
군대 다녀오시기 전에는 어떤 학교 생활을 하셨나요?
아무래도 코로나 때이다 보니 수업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듣고, 집에 있는 게 너무 지루할 때는 카페 나와서 몇 번 듣기도 했어요. 과방에서 들었던 적도 있어요. 저녁 시간에는 과 동기들이랑 시간 맞으면 얼굴 보고 그러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코로나 때라서 여행도 딱히 가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15.
나의 삶을 챙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저는 ‘딱 하나만 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나 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공적인 것들이고, 저만의 시간은 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이렇게 두 가지 트랙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내가 일주일에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체크해보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요즘은 주말은 항상 시간을 비워두는 편이고요. 주중에는 학교에서 활동을 하는 편이고 중간중간에 있는 공강 시간들은 저를 위해서 쓰는 식으로 분리를 해 놓는 것 같아요.
그리고 비유하자면 ‘쿠션’같은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바쁘고 지칠 때 스스로를 완충시킬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일기를 쓰는 일기장도 항상 들고 다니거든요. 너무 지치거나 내가 나를 놓쳐버릴 것 같을 때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일기를 한 쪽이라도 쓰고 나오면 뭔가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저는 크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시간이 안 들면서도 다시 학교에서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로 복귀할 수 있으니까 그런 쿠션 같은 거를 하나 만들어주면 좋은 것 같아요.
방금 얘기하다 보니 생각난 건데, 일기를 쓰는 게 나의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이 섞여 있을 때 이것을 조정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작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기를 쓰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그런 조정을 할 수 있겠죠.
16.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도 결국은 자기 스스로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그래서 나를 좋아하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쳐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공부도 잘 되고. 사실 공부도 나를 위해서 하는 거죠. 공부도 물론이고, 연애도 잘 되는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도 당연히 저를 사랑할 수 없겠죠. ‘내가 나를 싫어하면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이런 생각을 한 1~2년 전부터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물론 제 자신이 별로일 때가 더 많지만 그런 순간에도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17.
말하기 토론 동아리 ‘다담’의 회장을 맡고 계신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저희는 말하기 세션이랑 스피치 세션,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서 진행을 해요. 말하기랑 토론을 격주로 진행을 합니다. 토론에도 사실 여러 가지 형식이 있거든요. 의회식 토론이라든지, 칼포퍼 토론이라든지 이런 여러 형식들을 해보는 방식으로 토론을 해요. 스피치 같은 경우는 다양한 주제로 스피치를 하려고 해요. 자기 소개 스피치부터 해서 ‘1년 뒤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무엇인가’ 등등 주제 스피치도 하고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나 작품을 판매하는 세일즈 스피치, 그리고 시사 이슈 스피치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도서 정가제에 대한 스피치를 할 예정이에요. 나 스스로부터 시작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다 담아볼 수 있는 그런 스피치 주제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스피치라고 하면 전통적인 말하기나 연설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파워포인트를 잘 만드는 능력도 스피치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도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복학을 하고 나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우선 경영대 밖의 다양한 전공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중앙 동아리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너무 제 취미나 전공과 관련된 동아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가볍게 즐기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내가 즐겁게 배울 수도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지 이 세 가지를 고민하다가 나온 결론이 스피치 동아리였어요. 말하기 자체가 중요하다고 원래 생각을 하고 있었고, 토론은 사실상 거의 안 해봐서 참에 해봐서 나쁠 건 없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 학술, 효용 이런 걸 다 잡고자 하는 게 사실 되게 거창한 목표였을 수도 있는데, 나름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18.
스피치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죽음이 1년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스피치를 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수업도 열심히 듣고, 학교도 계속 나오고, 술도 마시고. 이렇게 살 거다. 사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들은 미래와 관련된 거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고민에서 해방된 거니까 이제 진짜로 내가 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쁠 것 같더라고요. 기쁨이라고 하기는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스피치를 했어요.
그리고 또 시간이 많이 있을 테니까 오로라도 보러 갔다 오고 싶고, 열심히 놀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저는 ‘장례식 파티’를 열겠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어디 공간을 빌려 놓고 제가 가운데 앉아 있고, ‘나 한달 뒤에 죽을 건데 알아서 와서 이야기 나누고 가라’ 해서 사람들이 오는 거죠. 저한테 좋았던 거 이야기하고, 서운했던 거 이야기하고, 같이 웃고 울고 떠들고 그러면 이 세상에 대해서 미련을 떨치고 맘 편히 누워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봉사를 하겠다는 훌륭한 이야기를 했던 친구도 있었고요. 세계 여행을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되게 다양한 생각과 관점들이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이나 이런 거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조금 더 일상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19.
오히려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스피치 준비를 하다가 깨달은 건데, 제가 오히려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는 밖에서 벤치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실 때 되게 행복감을 느껴요. 혼자서 과제 할 거 있으면 과제를 하기도 하고, 끄적 끄적 일기를 써 보기도 하고. 그런 순간들 자체가 저는 너무 좋아요. 학교 지나다니다가 누구 마주치는 그런 순간도 재밌고 좋은 것 같아요. 집에 갔을 때 강아지가 반겨주는 것도 좋고, 예상치 못한 연락이 오는 것도 사실 매우 즐거웠고요.
맨날 그러진 않지만 가끔 잘 때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도 하는데, 노래 듣다가 잠드는 순간이 되게 좋더라고요. 왜 그런 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자면 개운하게는 못 자는 경우가 많아서, 맨날 하려고 하진 않는데 그 다음날 좀 여유롭다 싶으면 노래 들으면서 자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오아시스 노래 되게 좋아하고, 한국 가수로는 SG워너비 노래들을 좋아해서 얼마 전에 콘서트도 다녀왔어요. 가사가 좀 와닿고, 너무 쳐지지 않고 약간 비트도 있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노래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엔 제 주변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실제로 제 주변에 그런 게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웃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유튜브 쇼츠에 중독된 걸 수도 있고, 바로바로 오는 행복들에 매몰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랑은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웃음)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되고, 그걸 추구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되니까요. 그 자세를 얻기까지 되게 많은 고민들과 내면에서의 투쟁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 자세도 어느 순간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20.
아까 스피치 주제들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은?’도 있었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도 혹시 어떻게 생각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비유적으로 애기를 하면, 치킨 닭다리 두 개를 모두 양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일상에 스며든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신해철 노래중에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가 있잖아요. 불타오르는 사랑도 물론 좋지만, 그 노래 가사처럼 매 순간에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해도 어색하지 않고, 이런 게 진짜 사랑이지 않을까요? 모든 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그럴 수도 없겠지만, 모든 시간 붙어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이럴 때 진짜 사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웃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시를 하나 읽었어요. 그 시에서 너를 위해서 함께 항상 같이 울어주겠다는 구절이 나오거든요. 그 구절이 되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보통은 사랑을 생각할 때 같이 웃고, 떠들고,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는데 매순간 함께 하면서 같이 울 줄 아는 것도, 슬퍼할 줄 아는 것도 건강한 사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내 일상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려면 내가 많은 것들을 또 포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게 진짜 큰 거일 수도 있어요. 제가 말하는 소소한 행복, 커피 한 잔 혼자 마시는 그런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건데, 그런 것들을 내어 주고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닭다리를 내어 주는 걸로 한번 비유를 해봤습니다.
21.
오늘 좋은 말씀 나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경영대의 000이다.’ 이 문장을 채워주세요!
“나는 경영대의 택시기사다.”로 하겠습니다.
버스는 노선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버스와는 다르게 택시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반대로 목적지가 안 정해져 있으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이 단점조차도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디든지 깊게 그리고 빠르게 들어갈 수 있고 즐겁게 갈 수 있잖아요. 택시기사님과의 짧은 수다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버스에서는 못 듣는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택시가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경영대에서 추구하고 있는 삶이 그거랑 되게 비슷한 것 같아요.
경영대에 입학했지만, 경영대의 노선들을 무작정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학교 생활에서 여러가지를 해보면서 어느 목적지로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기사님 잠깐 우회전 해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딴 길로 빠지기도 하고. 저는 원래 말하기와 토론에는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거기에 많은 시간을 쏟고 노력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어떻게 보면 우회전을 해서 어딘가로 가고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언젠가는 목적지에 가겠지만 아직 그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몇 달 전만 해도 되게 조급했는데, 이제는 크게 조급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버스를 타고 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택시를 타고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뭔가 좀 자유를 찾은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영대의 택시기사다’라고 문장을 완성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