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rch
3️⃣

Humans of CBA 3월호 | 18학번 강예찬 학우

1.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영대학 백두반 18학번 강예찬입니다.
2020년에 제34대 경영대학 학생회장을 맡았었고 현재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창업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2.
창업을 목표로 하신다고 했는데, 왜 그런 목표를 두게 되었나요? 이와 관련하여 선배님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나 자신만이 가진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예요. 그래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탐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주변 의견이나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꽤나 많아요. 특히 20대 때는 진로나 연애 같은 꽤나 중요한 부분에서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고 생각을 해서 가능하면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파헤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더 알게 된 예시로는 <패밀리맨>이라는 영화를 보며 가치관을 정립한 것이 있어요. 어떤 내용이냐 하면은 성공을 위해서 첫사랑과 헤어져야 했던 기업가가 우연한 기회에 성공이 아닌 첫사랑을 선택했었다면 살게 되었을 삶을 경험하는 그런 내용이에요. 이 영화를 보기 이전에는 제 목표인 창업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은 대외적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본 이후에는 내가 그런 대외적 성공보다 가족이라는 존재에 더 큰 가치를 느끼는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지금은 창업을 하려고 하는 이유도 금전적인 성공을 생각한 예전과는 다르게 스스로 그 일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제가 만든 서비스로 하여금 행복을 주려는 이유가 크네요.
3.
그렇다면 현재 자신만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진로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창업 쪽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제공한 어떤 서비스를 누리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 덕분에 내 삶이 편해지거나 행복해졌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더 근본적으로는 어떤 일을 하든 그 일 자체가 즐거워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인생 전체적으로는 지금 가족인 부모님과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형이 되고 싶고, 미래의 배우자와 자녀들한테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괜히 나이든 것 같네요. ㅎㅎ 여러분들도 그렇게 될 겁니다.
4.
선배님의 인생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최종 목표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서 ‘그때 이렇게 할 걸’ 이런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 속에 가족이 있는 거고, 가정을 제대로 못 꾸리면 후회할 것 같아요. 그리고 부모님이나 아내나 자녀들한테 제대로 못한다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요. 커리어적으로는 도전을 무서워하면 큰 후회가 될 것 같아요. 창업이라는 좀 불안정한 진로에 도전해 보려는 것도 결국은 행복을 찾기 위한 것 같아요.
행복을 얼마나 느끼는지가 되게 중요한데 이제 수학적으로 행복을 시간에 따른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곡선 아래의 적분 값이 극대화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지금 1년과 미래의 1년을 비교해보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편이긴 하지만, 미래에 행복하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행복이었다’ 이런 감정을 나중에서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행복을 느끼는 건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가능하면 많은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좀 더 느끼고 싶고, 이런 행복을 더 느끼기 위해서는 행복을 느끼는 감각기관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각기관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삶 자체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5.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열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흔히 대학생 창업이라고 하죠. 좋은 의미는 아닌데 대학생들 특히 저학년들이 창업하겠다고 가져오는 뻔한 아이템들이 있어요. 교육, 미팅, 소개팅처럼 본인의 시야 안에 있는 것, 고객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이 있죠. 이런 시행착오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당장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서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라는 조급함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그냥 막연하게 돈 될 것 같은 아이템을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정말로 가치를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사람한테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수익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와 별개로 공동창업자나 팀원들을 어디서 어떻게 모을지, 저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지도 고민 중입니다.
6.
이렇게 창업으로 목표를 정하기까지 진로 관련된 고민이 있었나요? 그 고민을 가지게 된 배경이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고등학생때는 별로 철이 없었어요. 대한민국 입시 교육과정을 따르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대학 졸업 이후의 꿈이나 삶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좋은 대학 가면 되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만 하고 지냈습니다. 당시에는 자연과학을 좋아해서 서울대 물리교육과에 진학했어요. 대학 입학 후에는 좋은 대학 왔으니 인생 다 끝난 건 줄 알았죠. 그러나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잖아요? 입학하고 나서야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자연과학을 좋아하긴 해도 학계 쪽으로 가서 연구를 더 하거나 교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저 교양으로서의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막연하게 ‘창업이나 해볼까’, ‘일반 취업보다는 좀 더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기업’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여기까지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러나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나서는 제가 생각했던 경영학과의 이미지와 좀 달라서 놀랐어요. 제가 기대한 경영학과는 말 그대로 경영과 창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수업 내용과 학과 분위기는 그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꿈꾸고 기대했던 분위기는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쪽이었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실제 경영학과에는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로스쿨이나 CPA와 같은 안정적인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았고 저도 모르게 창업이라는 불안정한 진로랑 안정적인 진로 사이에서 많은 방황을 했어요.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래도 창업 해야겠다라는 확신을 가진 이후에도 어떤 것으로 창업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와 같이 아까 말한 그런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시대의 흐름도 그렇고 제가 한 연합전공이나 관련된 학술 동아리의 영향을 받아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그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를 생각하면 할수록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어떤 가치를 사람들에게 주고 어떤 욕구를 채워주고 싶은지보다는 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지와 같은 고민만 하고 있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스스로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서비스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은 접고 지금은 스스로가 더 큰 가치를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7.
선배님이 세상에 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성공한 창업가들도 많이 하는 얘기인데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제품을 내놓기 전에 그와 관련된 시장조사와 인터뷰를 하면 사람들은 너무 좋다고, 출시하면 자신은 꼭 쓸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내놓으면 그와 반응이 상반된 경우가 너무나 많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난 이걸 좋아하는구나’, ‘나한테 이런 가치가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을 느낄 수 있겠구나’ 이런 것들을 사람들한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저한테 되게 큰 기쁨일 것 같아요.
또 일반 사람들에게는 제가 중요시하는 가족이라는 가치와 창업이라는 진로가 되게 상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창업이라고 하면 뭔가 번지르르한 기업가의 모습이 떠오르고, 가족이라 하면 소박하고 단란하면서 돈이 너무 많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이미지잖아요. 저도 예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평생 제 옆에 있어주었던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살았어요. 정말 소중한 존재가 옆에 있기에 지금 내가 가만히 있어도 생각만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었고, 많은 현대인들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가까이에 있지만 느끼지 못하고 있던 행복들이나 가치를 찾아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8.
요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경영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창업이라고 하면 비즈니스에 대한 감과 기술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을 생각했는데요, 물론 입시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창업의 본질이 기술이냐 비즈니스냐를 생각해보면 본질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서 경영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경영학과에 들어오기 전의 대학생활로부터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 관점에서라면 기술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사업적인 마인드가 풍부한 경영학과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경영학과에 오게 되었어요. 이 선택은 아직까지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9.
그렇다면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기 위한 경험으로는 무엇을 하셨나요?
경영대 학술동아리 중에 Growth Hackers 라는 데이터 분석 학술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고, 회장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의 연합전공 인공지능 또한 전공했어요. 이런 쪽으로 공부하다 보니 창업을 꿈꾸지만 IT를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들어보거나 전공자 혹은 업계 종사자를 만나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상경계열 학생들에게 공대 수업이 조금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보고 진로를 정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컴공이나 인공지능 말고도 문과생들한테 가까운 정보문화학, 인문데이터과학이라는 전공들도 있으니 이런 쪽도 잘 알아보면서 창업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
창업이라는 진로를 확신하기까지의 고민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결국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저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여태까지 학생회장 외에도 CPA 공부, 리트 공부, Growth Hackers 학술동아리 활동, 스타트업 근무 같은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근데 경험을 하면 할수록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어요. 확신을 가진 다음에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사람들을 곁에 둔 게 그 꿈을 더욱 더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처음 창업에 발을 들인 것이 2022년에 리트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요. 20년에 학생회장 활동을 하고, 21년에 Growth Hackers 학술동아리 활동을 한 후 22년에는 벌써 26살이 되었던 시기예요. 창업이라는 것이 되게 불안정한 진로다 보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생겨서 안정적인 진로를 가진 다음에 창업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얘기했듯이 가정에 되게 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 안정적인 진로인 법조인을 위해 학점 관리도 했고 리트 스터디도 했어요. 설로 간 다음에 서울대 창업동아리 활동 해야지라고 생각을 했으나 공부하다 보니 리트 공부는 재미가 없었고 제가 좋은 법조인이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같이 Growth Hackers 활동을 했던 경영대 후배가 같이 창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 당시 리트 준비와 졸업을 위한 경영학과 및 인공지능 7전공을 듣고 있었는데 거절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사실 그 팀 자체는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이 리트 스터디 할 때보다 너무 즐거웠어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확신했어요. 그리고 확실한 꿈을 정했으면 이제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이쪽을 확실하게 파보자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스타트업에서도 일하고 혼자 개발 공부도 하면서 이제는 진짜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어요. 이 고민은 제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창업 동아리 SNUSV를 하면서 해결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전까지의 다양한 경험은 창업이 나한테 맞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SNUSV를 들어오고 나서는 창업을 하는 것은 디폴트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이라는 진로를 꿈꾸는 학생이 많지 않다 보니까 다른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과 있다 보면 불안함과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다른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창업을 원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니 동기부여가 많이 되더라고요. 자기가 어떤 서비스를 하고 싶은 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얘기하면서 눈이 반짝반짝하는 사람들 곁에 있다 보니 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11.
말씀해주신 가족이라는 가치를 위한 안정적인 진로와 자신의 꿈인 창업이 이렇게 대립할 때 어떻게 고민하여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합니다.
나를 안다는 게 사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점점 깨달아가는 과정인 것 같은데 전문직을 위한 시험인 리트나 CPA 공부를 하면서 이 공부를 끝까지 못하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시험을 통과해서 변호사나 회계사가 된다 하더라도 그 삶을 살지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스타트업에서 일도 조금 했었는데 물론 전문직보다는 창업과 훨씬 맞닿아 있는 길이라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내가 창업한 것과 팀원으로 합류해서 일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 수동적인 사람이 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서 출근하기 싫어졌어요. 이런 삶이 아니라 회사 가는 게 너무나 즐겁고 오히려 집 가는 게 싫고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집 가야 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을 느꼈어요. 퇴근하더라도 잠들 때까지 ‘내일은 무슨 일을 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이와 반대로 아직 제대로 창업을 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 계획하고 직접 코딩을 해서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코딩하고 기획할 때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잠이 정말 많은 제가 스스로 잠도 줄일 정도로 능동적으로 일했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마저 ‘내일은 어떤 버튼을 만들고 추가해야지, 어떻게 홍보해야지’ 이런 고민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삶을 살 때 제 스스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나 차이가 나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안정적인 진로를 가지면 가족이라는 행복은 확실하게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정말로 못하겠더라고요. 분명 이런 걸 꾹 참고 해내는 학생들도 많은데 저는 아닌 것 같았어요. 결국은 제가 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하니 그게 창업이었던 것 같고, 가족과 친한 주변 사람들도 저를 믿어주니 충분히 자아 실현을 하면서 가족이라는 가치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안정하지만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내 꿈을 잠시 미뤄두거나 포기하고 다른 일에 전념할 수 있는가 생각하니 아닌 것 같더라고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저를 위한 결단을 내렸어요.
12.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선배님 만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취미가 별로 없는데, 운동, 게임, 사람 만나는 것 정도가 있네요. 저는 농구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데 그걸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건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 하긴 해요. 창업을 하려는 이유도 사실 스트레스가 안 쌓이는 일을 하고 싶어서예요. 저한테는 제가 지금 잘 하고 있나,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나의 지표가 ‘게임을 하는지의 여부’예요.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 게임을 안 해요. 반대로 안 맞는 일을 하고 있으면 그걸 미뤄두고서라도 게임을 하든 아니면 나가서 놀든 다른 일을 해요. 그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일을 하고 싶다예요. 물론 창업을 해도 아예 스트레스를 안 받진 않겠죠. 그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3.
지금까지는 선배님의 진로 관련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진로를 알아가는 대학생활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Humans of CBA 인터뷰라서가 아니라 진짜로 경영대 학생회장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이전 33대 집행부를 친구 따라 우연히 하게 되었고, 34대 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이후 ‘그래도 새터는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학번 치고는 나이도, 경력도 좀 있고, 이전 사범대에서 새책으로서 신입생을 맞이했던 경험도 있어서 새터를 조직하는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었어요. 비대위장으로서 열심히 새터를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새터를 못 가게 되었어요. 비대위를 시작할 때만해도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경영대 학우, 집행부원, 새준위원들한테 많은 애착과 고마움이 생기다 보니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땐 코로나가 길어질 것을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준비해놓은게 있으니 여름에라도 새터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요. 또, 코로나라는 아무도 생각하지도 못한 사태가 생기니까 모두가 많이 당황스러워했는데요, 그 당시에 집행부나 학생회를 대표할 수 있는 학생회장과 같은 사람이 없다면 학생들이 많은 불편을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비대면 수업을 함에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나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등록금이나 아니면 동아리 활동 등과 관련해서 학생과 학교 측에 입장 차이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입장을 확실히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비대위장을 하면서 생긴 책임감으로 인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기왕 시작한 거 보궐선거에 나가서 여름에 새터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같이 새준위장을 맡았던 친구와 함께 출마해서 회장으로 당선이 되었어요. 결국 새터는 코로나로 인해 그 해 여름은 물론이고 3년간 제대로 못 가서 아쉬웠지만 학생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얻은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경영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고, 그런 것들을 실행함으로써 학생들로부터 도움이 되었다, 고맙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런 게 되게 의미 있고 가치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회랑 사업적인 것이 금전적인 보상이 있냐 없냐 차이일 뿐이지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학생회는 경영대 학생이라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치를 줘야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학생회장으로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학생회 사업을 진행하는 경험을 통해 ‘나는 내 고객들이 가치를 느끼는 것 자체가 나한테 큰 가치구나’라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정도의 큰 규모가 있는 집단을 이끌어 보는 것도 사실 정말 감사한 기회죠. 또 저와 함께 뜻을 같이 하고 도와준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한테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당시에는 요즘과 비슷하게 했던 휴시바, 진설톡 이런 사업도 있었고요. 코로나 때문에 체육대회나 새터 같은 것은 못 했지만 다양한 행사를 하려고 했었어요. 오히려 코로나니까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기를 틈타 리모델링을 해 지하 과방을 만든다든지, 아니면은 경영대 전공 로드맵을 만든다든지 이런 일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했던 것들의 흔적을 요즘 찾을 때, 예를 들면 지하 과방에 갔을 때 사람들이 잘 쓰고 있는 것을 보거나, 경영대 홈페이지에 로드맵이 게시되어 있는 것들을 보면 되게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경영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자체가 행복이었다고 생각해요.
14.
학생회와 창업활동이 금전적인 보상 빼고는 많이 닮아 있다고 하셨는데, 리더로서의 자질도 닮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Growth Hackers 회장, 학생회장, 창업 활동을 하면서 느낀 리더로서 필요한 자질이 어떤 게 있나요?
정말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창업에서 어떤 사람이 좋은 대표냐 따져보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끝내주는 사람, 코딩 정말 잘하는 사람, 마케팅이나 기획을 기깔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대표라고 생각해요. 이 점에서 학생회장과 창업가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학생회장도 세부 기획이나 디자인과 같은 실무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방향성을 잡고 어떤 가치를 줘야 할지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그리고 그걸 위해 사람들을 모아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리더의 자질 같아요. 저도 항상 그러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15.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제가 아까 말한 가치관과 비슷한 내용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저는 진짜 본인이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든 경영대 학생들이든 좀 남들이 생각하기에 fancy해보이고 쿨해 보이는 것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본인의 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런 유혹에 빠졌었고요. 근데 공부를 조금 해보거나 실무를 조금만 해봐도 아닌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 대학에 왔으면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진짜로 주도적으로 본인의 미래를 그려 나가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이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과 다르진 않은지 스스로에 대해 탐구해봤으면 좋겠고, 거기에 대해 답을 얻었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파악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커리어적인 경험으로는 고시 공부, 학술 동아리 활동, 인턴 등이 있을 거고, 그 외에도 평소에 안 해봤던 여행, 운동 동아리, 사람 만나기 무엇이든 좋아요. 저는 커리어적인 경험은 좀 했는데 그 외에 취미 같은 것들은 많이 하지 못했어요. 취미가 인생의 곁다리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일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거든요. 본인이 안 해본 것들은 본인이 그걸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후배들은 진짜 많은 경험을 해보고 풍부한 경험 속에서 정말로 행복한 삶을 찾아낼 수 있길 바라요.
16.
내 대학생활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
행운과 행복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다시 수능을 쳐서 여기 올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큰 행운이었습니다. 입학 후에도 백두반 동기들, 학생회, 학술 동아리, 운동 동아리 등 많은 집단에서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큰 행운이었고 감사했어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저는 예전 19살의 강예찬과는 정말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대학 와서 정말 많은 성장을 일궈내었다고 생각하는데 경영대에 오지 않았다면 못했을 것이라서 많은 행복을 느끼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17.
나는 경영대의 000이다
“나는 경영대의 고학번이다”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작은 다른 경영대생들과 조금 달랐고 진로적에서도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경영대라는 공간은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되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랑 다른 진로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당연히 존중하고 또 다양한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되게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경영대 고학번이자 동문으로서 후배들과 동문들에게 도움을 주고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경영대라는 공간이 각자 도생이 아닌 끈끈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져서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바람이 있다면 다들 경영대라는 공간을 사랑하고 경영대 동문들을 사랑하는 그런 애정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18.
소감
휴시바 소식을 들었을 때 경영대 학생회가 생동감을 가지고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되게 반가웠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제가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여기서 이 자리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할 인터뷰어 후배 두 명을 만날 수 있었고 경영대생들과 학생회라는 창구를 통해 소통을 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